부동산명의신탁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사건에서 명의신탁에 관한 주장을 하였다. 실제 사안은 매우 복잡하지만, 간단히 정리해 본 사안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A는 B에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이후 마음이 바뀌어 B에게 매매계약 해지 통보를 하였다. 이에 B는 A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승소 판결일로부터 이틀 후, A로부터 위 부동산을 이전받은 것은 B가 아니라, B의 동생인 C였다. C는 위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위 부동산의 임차인인 D에게 부동산 인도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D는 "위 부동산의 진정한 매수인은 B이고, C는 명의수탁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C의 부동산 취득은 무효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A에게 있으므로, C는 D에 대하여 소유자의 지위에서 부동산 인도를 구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나는 D의 대리인으로서 위 주장을 하였는데, 변론기일에서 재판장님은 부동산 명의신탁의 존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고는, 마지막에 "그런데 명의신탁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명의신탁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가능한가요? 통상은 매도인, 매수인(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다툼이 생겼을 때 당사자 간에 명의신탁 주장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제3자가 명의신탁 주장을 하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해 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이 사건이 그 후로도 계속되었더라면, 쌍방이 위 쟁점에 대한 의견을 내었을 것이고, 법원의 판단도 받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주장이 상당히 강력하였던 탓일까, 위 변론기일 직후에 잡힌 조정기일에서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 쌍방 간에 조정이 성립되었고, 그대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사건의 결과는 좋았지만, 위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결국 받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대로 판결로 갔더라도,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한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는 무효인데, 이때 무효가 절대적 무효라면 명의신탁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도 해당 등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고, 상대적 무효라면 경우에 따라 주장할 수도, 주장하지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두고 있으므로 이때의 무효는 상대적 무효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이고, 강행규정에 의한 무효는 통상 절대적 무효로 보므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은 무효로 인하여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칙이지 무효의 성격 자체를 달리 규정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든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가 제3자에 대하여 등기의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으나, 제3자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위 등기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서울고등법원 2019. 9. 19. 선고 2018나2053932 판결). 

이때의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서 정한 제3자를 말하고,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가 아닌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3자가 명의신탁에 따른 등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례로서는 인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글을 쓰던 중 굉장히 재미있는 하급심 판결을 찾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 6. 9. 선고 2005가단2182 판결이다. 부동산실명법의 역사와 의견 대립에 관하여 판결문 내에서 매우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 부동산실명법 이해에 도움이 된다. 부동산실명법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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