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신탁은 영국에서 생겨난 제도로, 영미법계 국가들에서는 수백 년간 발전, 심화되어 왔지만 대륙법계 국가에는 비교적 생소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1년 신탁법이 제정되어 신탁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아직 신탁 제도의 활용이 영미법계 국가들에 비하여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신탁을 잘 이용하여 이득을 취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고, 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살펴볼 사례도 그러한 시도를 한 사례 중 하나이다.
2. 사안의 개요
(제2지분 관련 부분은 제1지분 관련 부분과 거래구조가 동일하여 생략함)
1) 소외 1은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로, 신탁계약과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을 이용하면 다주택자와 법인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의 용역광고를 보고 해당 거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2) 소외 1은 2022. 1. 25. 자신의 배우자인 소외 2와 이 사건 부동산 중 2분의 1 지분(이하 ‘제1지분’)에 관하여 위탁자 겸 수익자를 소외 1로, 수탁자를 소외 2로 하는 부동산 관리신탁계약(이하 ‘제1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제1신탁계약에 따르면, 신탁의 기간은 수익자가 신탁계약 종료의 통지를 한 날부터 1개월 후이고(제3조), 수탁자는 제1지분의 명의를 보유하고 수익자의 승낙을 얻어야 관리 및 처분행위를 할 수 있고, 수익자는 제1지분에 대한 일체의 관리및 처분행위의 결정권을 갖고 수탁자에게 지시할 수 있으며(제5조), 수탁자에게 제1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수는 없는 것으로 정하였다(제7조).
3) 소외 1은 2022. 1. 26. 소외 3 회사와 사이에, 제1신탁계약상 위탁자 지위를 100만 원에 이전하는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변경계약상, 위탁자 지위를 양도한 최초 위탁자인 소외 1은 약 100만 원을 다시 지급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제1변경계약을 해제하고 위탁자 지위를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4) 소외 3 회사는 2022. 1. 27. 소외 1의 자녀인 원고 1과 사이에 제1신탁계약상 위탁자 지위를 100만 원에 이전하는 위탁자 지위를 100만 원에 이전하는 위탁자 지위 변경계약(이하 ‘제1변경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5) 제1지분에 관하여 2022. 2. 24. 수탁자를 소외 2로 하고, 제1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일부이전등기 및 신탁등기가 각 마쳐졌다.
6) 원고 1은 제1변경계약에 따른 위탁자 지위의 이전과 관련하여, 2022. 2. 16. 원고 1 명의로 종전 위탁자 소외 3 회사에 지급된 각 100만 원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산정한 취득세 등 합계 134,000원을 신고 및 납부하였다.
7) 세무서는 2022. 8. 5. 원고 1이 지급한 거래금액 100만 원이 사회통념상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가액으로 보기 어렵고,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에 따라 새로운 위탁자인 원고 1이 제1지분을 취득하였음을 이유로, 원고 1에게 취득세 63,255,780원, 지방교육세 1,920,820원 등을 부과 및 고지하였다.
3. 사안의 쟁점
다주택자에게는 종합부동산세가 중과세되는바,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탁을 생각할 수 있다. 부동산을 신탁하게 되면 부동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대내외적으로 완전히 이전되므로, 해당 부동산은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는 이러한 방법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능했는데, 2020. 12. 29.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이 신설되어 위탁자를 신탁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로 지정함에 따라 2021년부터는 더 이상 신탁을 통하여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를 회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본 사안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고자 한 사안이다. 위탁자가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면, 일단 부동산의 소유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한 이후에, 위탁자의 지위를 가까운 친인척에게 이전함으로써 기존 위탁자가 소유한 주택 수를 줄여 종합부동산세 납세 의무를 피하자는 것이다. 대신 기존 위탁자에게 수익자로서의 해당 주택에 대한 관리 처분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기존 위탁자가 해당 주택을 계속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다만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은 "신탁재산의 위탁자 지위의 이전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위탁자가 해당 신탁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위탁자의 지위를 이전할 때 신규 위탁자가 취득세 등을 납부하도록 하는바, 위 방식에 따라 위탁자 지위를 이전할 경우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본 사안에서는 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탁자 지위 이전에 대한 대가를 100만 원이라는 소액으로 설정하여 취득세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외 1이 가족인 원고 1에게 직접 위탁자 지위를 이전할 경우 증여세 문제 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중간에 소외 3 회사를 끼워넣어 간접 거래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형태의 거래가 신탁계약으로서 유효한지 여부가 본 사안의 쟁점이다.
4. 관련 법리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두34929 판결] 부동산의 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게 되고, 다만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참조). ‘신탁계약’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로는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여전히 위탁자에게 실질적으로 유보되어 있고, 그 계약이 수탁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수탁자로부터 신탁재산에 관한 일체의 관리ㆍ처분권을 박탈함으로써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하여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관리 및 처분행위를 할 수 없게 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신탁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서 신탁법상의 신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특정 계약이 그 명칭과 다르게 신탁의 본질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신탁법의 취지,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한 동기 및 목적, 신탁관계인으로서의 권리ㆍ의무 등에 관한 계약의 내용, 계약의 이행과정 및 당사자 간의 관련 약정의 존부 및 그 내용 등을 종합하여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5. 본 사안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본 사안에 관하여, 대법원은 "제1신탁계약은 대내적으로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최초 위탁자인 소외 1에게 실질적으로 유보시키고, 수탁자에게서 신탁재산에 관한 일체의 관리ㆍ처분권을 확정적으로 박탈함으로써,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에 관하여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관리 및 처분행위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으로 신탁법상의 신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 제1신탁계약은 신탁법 상의 신탁계약이 아니라 명의신탁에 불과하여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결국 본 사안에서 문제된 부동산은 여전히 소외 1의 소유이므로, 소유 1은 해당 부동산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신탁 제도를 절세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대부분은 실패로 끝나거나, 법개정을 통하여 가로막히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는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비록 무위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새로운 법리가 나오고 법이 개정되니 법체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물론 성공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이동근 변호사 |
n 법무법인(유)린 파트너 변호사 n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 n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 n 15년차 로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