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탈퇴 및 제명 시 분담금 반환

 1. 조합원의 탈퇴, 제명 시 분담금 반환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다가,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개인적 사정으로 조합에서 탈퇴하거나 제명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기존에 납부하였던 분담금 반환에 관한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탈퇴 또는 제명된 조합원은 즉시 분담금을 반환받고 싶어 하지만, 조합은 조금이라도 반환 시기를 늦추려고 한다. 물론 조합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분담금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조합의 규약(정관), 조합가입계약 등에 조합원의 탈퇴, 제명 시 분담금 반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 이러한 규정들을 미리 잘 살펴보아야 나중에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조합원의 탈퇴, 제명 시 분담금 반환과 관련하여 문제된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려고 한다. 



2. 조합가입계약에 규정된 분담금 반환 시기에 관한 규정의 효력

  가. 약관법 상 무효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가입계약에 조합원의 탈퇴, 제명 시 분담금 반환에 관하여 아래와 유사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 자격상실 시 조합원 분담금 중 조합업무대행용역비를 포함한 1, 2차 계약금 및 연체료, 중도금 대출이자 등을 제외한 잔액만을 환불한다. 그 지급시기는 자격상실 조합원이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로 대체되어 입금이 완료되었을 때로 한다.


반환받을 분담금이 떼이는 것은 둘째 치고, "자격상실 조합원이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로 대체되어 입금이 완료"되어야만 분담금 반환이 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대체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분담금 환급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으면 모르지만, 진척이 없는 경우 대체할 사람이 쉽게 나타날 리가 없다. 그러니 분담금 반환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결국은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계약상의 규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럴 때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다. 약관법은 계약 중에서도 '약관'에 해당하는 계약들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약관법 제2조 제1호). 우리가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 헬스장 가입을 할 때 체결하는 계약들이 모두 약관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약들을 문구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체결하는 경우가 있나?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물건 고르는 시간보다 계약서 읽는 시간이 더 걸릴 지경이다. 그러니 사업자가 고객에게 불리한 규정 하나쯤 슬쩍 집어넣어 놓아도 알 수가 없다. 이러한 경우에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이 약관법이다. 

약관법에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는데, 그 중에 본 사안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정으로는 제6조 제1항, 제9조 제4호, 제5호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약관법 제6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라고 하여 불공정한 약관 조항을 무효화하도록 하고 있고, 제9조 제4호, 제5호는 계약의 해제, 해지 시에 사업자가 부당하게 자신의 원상회복의무를 경감시키거나 고객의 원상회복의무를 가중시키는 조항을 무효화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조합가입계약의 규정은 어떨까? 약관법에 따라 무효로 인정된다면, 조합에서 탈퇴, 제명된 조합원은 탈퇴, 제명 즉시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조합가입계약이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위 규정에는 약관법  제6조 제1항, 제9조 제4호, 제5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대전고등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나12859 판결 참조). 

법원이 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역주택조합으로 하여금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자에게 그가 이미 조합원으로서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아무런 제한 없이 곧바로 강제할 경우에는 예기치 않은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조합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여 조합에 소속된 다수 조합원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분담금을 반환받고 싶어 하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법원의 태도에 의할 때 자격상실 조합원이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로 대체되어야만 분담금을 반환한다는 조합가입계약의 규정은 유효하므로, 조합에서 탈퇴하기 전에 미리 대체할 사람을 찾아둘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분담금 반환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나. 조합규약에도 조합가입계약과 같은 내용의 규정이 있다면? 

운좋게 조합가입계약에 규정된 분담금 반환 시기에 관한 규정이 무효로 인정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바로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조합 규약에도 동일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조합 규약에는 약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조합가입계약상의 규정이 약관법 위반으로 인하여 무효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조합 규약 상의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하여, 부산고등법원 2021. 1. 21. 선고 2020나52705 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 조합규약 제12조 제4항에도 분담금 반환시기에 관하여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조합규약은 그 제정에 직접 관여하거나 조합규약의 적용을 승인한 조합원들에게 당연히 그 효력이 미치는 자치법규이므로(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237100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의미에서 약관법의 적용 대상인 약관이라고 볼 수 없다), 맞은편들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뿐만 아니라 이 사건 조합규약에 따라서도 위 분담금 반환시기의 제한을 받는다고 할 것이다.


3. 준공 시 분담금 반환을 하도록 한 조합 규약의 효력

지역주택조합의 조합규약에,  “탈퇴, 조합원 자격의 상실, 제명 등으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자에 대하여는 조합원이 납입한 제 납입금에서 공동분담금(계약금, 업무대행비, 분양수수료)을 공제한 전액을 사용검사시(준공시) 반환하도록 한다.”라는 규정을 두는 경우도 있다. 이 규정은 앞서 살펴본 조합가입계약상의 규정보다도 더욱 불리한 측면이 있다. 탈퇴한 조합원을 대체할 사람을 데려오더라도,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는 분담금을 반환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원은 위 규정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 같다.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다254523 판결의 사안은 위 규정의 적용 대상이 쟁점이 된 사건이다. 위 사건에서 조합은, 조합원 A가 탈퇴한 이후 총회 결의를 통해 규약을 개정하여 위 규정을 도입하였다. 조합원 A가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자, 조합은 위 규정을 근거로 준공될 때까지는 분담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며 분담금 반환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규정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다만 위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에 탈퇴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규정이 조합가입계약에 규정되어 있었다면 그 효력에 관하여 충분히 다툴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조합규약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효력이 크게 문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합가입계약은 사업자와 고객의 관계에서 체결되는 계약이고, 통상 사업자가 정한 내용에 따라 체결되는 계약이지만, 조합의 규약은 동등한 조합원들이 총회라는 단체법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결정한 것이다.  이에 법원은 조합 규약의 규정이 명백히 법에 반한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4. 조합 사업이 실패하면 영영 분담금 반환을 못 받게 되나?

조합가입계약 또는 조합규약에 대체 조합원을 구해오거나, 준공이 되어야 분담금을 반환하여 준다고 되어 있는 경우에, 대체 조합원을 구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이 실패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분담금 반환의 기회는 영영 날아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당사자가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한으로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게 된다(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 판결 참조). 따라서 준공이 실패하거나 사업이 실패한 경우에는 분담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합 사업이 실패한 경우, 이미 조합원이 납입하였던 분담금이 소진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분담금반환청구권이 발생하였더라도 실제 반환받을 분담금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5.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최근에는 지역주택조합 대신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아파트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따라서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 관련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데,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리고 협동조합기본법 제26조 제1항은 "탈퇴 조합원(제명된 조합원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와 제27조에서 같다)은 탈퇴(제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와 제27조에서 같다) 당시 회계연도의 다음 회계연도부터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분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여, 탈퇴 또는 제명된 조합원의 출자금 반환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다. 위 규정만 보면,  탈퇴 또는 제명된 조합원의 경우 탈퇴한 다음해에 출자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출자금'과 '분담금'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출자금'은 조합원이 조합의 자본금을 형성하기 위해 납입하는 금액으로, 주식회사의 주식 지분 취득을 위한 자금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 '분담금'은 조합 운영을 위한 비용 또는 특정 사업에 대한 참가비 성격의 납입금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협동조합기본법상 출자금 반환에 관한 규정이 분담금 반환에 대해서까지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분담금의 반환에 대해서는 협동조합기본법에서 달리 명시적으로 규정한 바가 없으므로,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탈퇴 또는 제명된 조합원의 분담금 반환에 대해서도 조합의 기본 법리에 따른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역주택조합의 분담금 반환에 관한 법리가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근 변호사

n   법무법인()린 파트너 변호사

n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

n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

n   14년차 로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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