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모델링 사업에서의 신속한 임차인 이주의 필요성
리모델링 사업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설립 ->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 -> 안전진단 실시 -> 건축심의 및 행위허가 -> 이주 및 착공 -> 준공 및 입주 순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절차를 얼마나 빨리 진행하느냐에 따라서 건축비 및 전체 공사 기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주를 빨리 하는 것이 리모델링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관건이다. 행위허가까지의 절차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에 그대로 거주하는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지연이 되더라도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이주를 시작한 뒤에는 이주비 대출금에 대한 이자부터 시작해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기간이 길어질 수록 그 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아파트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고 있는 경우, 언제든지 나갈 수 있으므로 문제될 일이 별로 없다. 빨리 나갈 수록 공사가 빨리 완공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그만큼 비용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에 알박기 등을 하며 버틸 유인이 별로 없다.
문제는 임차인이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은 임대차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의 기간을 2년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2년의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까지는 임차인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 만약 아파트 소유자 중 누군가가 건축심의 및 행위허가가 완료되기 직전에 임차인과 계약기간 2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면, 아파트 전체의 리모델링 공사 기간이 2년간 지연되는 셈이다.
2. 신속한 임차인 이주를 위한 주택법 제76조 제4항의 특칙
이에 주택법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는 아파트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상의 계약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특칙을 두고 있다. 주택법 제76조 제4항이 바로 그것이다.
주택법 제76조(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따른 특례) ④ 임대차계약 당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그 사실을 임차인에게 고지한 경우로서 제66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해당 리모델링 건축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1항 및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 임대차계약 당시 해당 건축물의 소유자들(입주자대표회의를 포함한다)이 제11조제1항에 따른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경우 2. 임대차계약 당시 해당 건축물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리모델링을 실시하기 위하여 제68조제1항에 따라 관할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안전진단을 요청한 경우 |
주택법 제76조 제4항에 따라 리모델링 아파트에 대하여 체결되는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계약기간을 2년 미만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 "계약기간 내에 리모델링 사업의 이주기간이 지정되는 경우 임차인은 이주기간 내 퇴거한다."는 등의 특약을 두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설립되어 있어야 하고, 그 사실을 임차인에게 고지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요건을 지키지 못한 경우 주택법 제76조 제4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관한 임차인 이주의 특칙과 크게 구분되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규율하는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제70조 제5항에서 "제74조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경우 지상권ㆍ전세권설정계약 또는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은 「민법」 제280조ㆍ제281조 및 제312조제2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1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임차인에게 고지를 하지 않더라도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있으면 임대차계약기간을 2년 미만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대상인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계약 체결 시 임차인에 대한 고지를 요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임대인이 주택법 제76조 제4항이라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업 지연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설립된 이후부터는 임대차계약 체결 시 주택법 제76조 제4항에 따른 고지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조합에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3. 주택법 제76조 제4항의 문제점 - 임대차계약 갱신 시 적용 여부의 불명확성
주택법 제76조 제4항은 임대차계약 체결 시 임차인에게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설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면 임대차계약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이후,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되거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계약이 갱신된 경우는 어떠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 제6조의3 제2항은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되거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계약이 갱신된 경우 그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2년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계약기간을 어떻게 정했든지간에,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되거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는 갱신 이후 2년의 임대차기간이 부여된다.
그런데 주택법 제76조 제4항은 리모델링 아파트에 관하여 체결되는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 제6조의3 제2항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묵시적으로 임대차계약이 갱신되거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임대차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는 갱신 이후 2년의 임대차기간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직 리모델링 사업의 이주기간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는데, 그 직후 이주가 결정되어 이주기간이 공고된 경우, 지정된 이주기간에도 불구하고 2년간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어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보인다.
4. 해결책 도입의 필요성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에는 어떨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0조 제5항도 주택법 제76조 제4항과 마찬가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2항, 제6조의3 제2항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언뜻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와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 제1항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ㆍ지상권자ㆍ전세권자ㆍ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78조제4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제86조에 따른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라고 하여,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임차인의 아파트 사용수익권을 박탈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하는 아파트의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지 않았더라도 법에 의해 아파트에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에도 이러한 규정을 둔다면 문제가 간단할 텐데, 주택법 상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것 같다. 리모델링 사업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라는 과정이 없으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규정을 주택법에 그대로 들여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나름의 규정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동근 변호사 |
n 법무법인(유)린 파트너 변호사 n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 n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 n 15년차 로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