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지난 번에는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탈퇴 및 제명 시의 분담금 반환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이번에는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이 무산되거나 중단되었을 때 분담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환불보장약정'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대응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지역주택조합 분담금의 성격
환불보장약정에 대해서 살펴보기에 앞서, 환불의 대상이 되는 분담금의 성격에 대해서 살펴보자. 분담금의 성격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하거나 처분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데 요구되는 요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29. 선고 2023가단253534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가 수령하여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 분담금은 조합원들이 집합체로서 소유하는 총유물에 해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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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29. 선고 2023가단253534 판결] 주택조합 또는 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하여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모집 및 위와 같이 모집한 조합원들의 분담금 납부가 필수적이고, 주택조합의 사업
추진은 조합원들이 납부한 분담금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므로, 피고 추진위원회가 원고를 포함한 조합원들로부터 수령하여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 분담금
등은 조합원들이 집합체로서 소유하는 총유물에 해당한다. |
분담금을 조합의 총유물로 볼 경우, 관리 및 처분 등에 총유물에 관한 법리가 적용된다. 총유는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으로(민법 제275조 제1항),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정관 기타 규약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한다(민법 제276조 제1항, 제275조 제2항).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무효이다.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이라 함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개량행위나 법률적·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60089 전원합의체 판결). 비법인사단이 타인 간의 금전채무를 보증하는 행위,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 등은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불과하여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나,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 특정 조합원에게 그가 출자한 대지에 관하여 다른 조합원들과는 달리 실제면적 이상의 할증보상을 하여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한 행위는 재건축조합이 가지고 있는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관리 및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4780 판결,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64383 판결, 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4다45349 판결).
3. 환불보장약정의 정의 및 성격
가. 환불보장약정이란?
환불보장약정이라 함은,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이 무산되거나 중단되었을 때 분담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약정을 말한다. 해당 약정의 내용이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이 무산되거나 중단되었을 때 분담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그 명칭이 다르더라도 환불보장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고등법원 2025. 6. 20. 선고 2025나204398 판결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에게 교부하여 준 '조합원계약안심보장증서'를 환불보장약정으로 인정한 바 있다.
나. 환불보장약정의 성격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29. 선고 2023가단253534 판결은 당해 사건의 환불보장약정이 "사업이 무산될 경우 피고 추진위원회가 원고에게 조합원분담금 등을 반환하겠다는 것으로서,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총유물인 조합원 분담금의 감소를 초래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다290581 판결).
이후 서울고등법원 2025. 6. 20. 선고 2025나204398 판결에서도, "사업 시행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사업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 경우에는 상기 조합원이 본 조합에 기납부한 조합원분담금 전액의 반환을 보장합니다."라는 약정을 환불보장약정으로서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4. 환불보장약정의 효력
지역주택조합의 환불보장약정은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환불보장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정관이나 규약에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관하여 정한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따로 정한 바가 없는 경우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무효이므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환불보장약정은 무효이다.
5.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로 된 경우의 대응방안
가. 사안의 쟁점
환불보장약정이 유효하다면, 사업이 무산되거나 중단된 경우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면, 사업이 무산되거나 중단되었더라도 영영 분담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로 인정되더라도 분담금을 반환받을 길이 열려 있다. 이하에서는 그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나. 조합원가입계약의 무효화를 통한 분담금 반환
첫 번째 방법은, "환불보장약정은 피고 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총유물의 처분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 그리고 환불보장약정은 이 사건 조합원가입계약에 수반하여 위 조합원가입계약과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다. 따라서 일부무효의 법리에 따라 위 조합원가입계약도 효력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일부무효의 법리란,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이면 원칙적으로 전부가 무효가 되지만,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게 되는 법리를 말한다(민법 제137조).
따라서 환불보장약정이 조합원가입계약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거나, 조합원가입계약과는 별도로 작성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조합원가입계약과 일체인 계약으로 해석되는 경우,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인 것을 알았다면 조합원가입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여 조합원가입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조합원가입계약이 무효이면, 조합원가입계약에 따라 납부한 분담금의 법률상 원인이 소멸하게 되어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분담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다. 조합원가입계약의 취소를 통한 분담금 반환
두 번째 방법은, "피고는 이 사건 조합원가입계약 당시에 환불보장약정이나 환불조항이 무효임을 고지하지 않았고, 원고들은 피고의 위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속아 환불보장약정이나 환불조항이 유효하다는 착오에 빠져 위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민법 제110조에 의하여 위 계약을 취소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29. 선고 2023가단253534 판결은, 원고가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사실을 조합원가입계약 체결 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원가입계약의 취소를 구한 사례로,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조합원가입계약의 취소 및 분담금 반환을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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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29. 선고 2023가단253534 판결]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일반적으로 진행과정에서
조합원모집, 재정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들이 많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 이에 특정 시점에 장래의 진행 경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위험성도 높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무산될 경우 이미 납부한 조합원분담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추진위원회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주체로서 이러한 사정 및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 조합원
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 추진위원회는 신의칙상
원고에게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에 관하여 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추진위원회는 원고에게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앞서 든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이 없었다거나 이 사건 환불보장 약정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
라. 주택법 위반을 이유로 한 조합원가입계약의 무효화도 가능할까?
세 번째 방법으로, 환불보장약정의 효력과는 별개로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한 행위 자체가 관련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29374 판결이 바로 위 주장을 한 사례이다.
위 사건에서, 원고는 "원고는 주택법에 따른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고, 주택법령은 당사자가 임의로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니므로, 원고와 지역주택조합 사이의 조합가입계약은 체결 당시부터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원시적 불능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은 원고에게 이미 지급받은 분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법리 하에, 조합원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조합원가입계약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사자가 통정하여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무효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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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다229374 판결] 주택법 제11조 제7항 및 구 주택법 시행령(2019. 10. 22. 대통령령 제30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조
제1항 제1호는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중 1명에 한정하여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일 것과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여 온 사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이나 구 주택법 시행령의 규정은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 없어 당사자 사이에 이를 위반한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7954 판결,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5547 판결 등 참조). 다만 당사자가 통정하여 위와 같은 단속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비로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게 된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다2926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다44839 판결 등 참조). |
즉, 원고가 조합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지역주택조합과 원고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조합원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면, 해당 조합원가입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 다만 무효의 이유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위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므로, 지역주택조합에 납부하였던 분담금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게 되어 민법 제746조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금지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6. 조합원 탈퇴 및 제명 시의 분담금반환약정도 무효 아닌가?
여기까지 읽다 보면, 조합원 탈퇴 및 제명 시의 분담금반환약정에 대해서도 환불보장약정과 동일하게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정을 들어 무효 주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2025. 6. 20. 선고 2025나204398 판결은, 조합원 탈퇴 및 제명 시의 분담금반환약정에 관하여, "(해당) 조항의 목적은 조합원의 자격 박탈 등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피고와 그 조합원 간의 권리의무를 정산하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환불조항이 총유재산의 처분을 정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하여 해당 약정이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사원총회의 결의가 없었더라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이동근 변호사 |
n 법무법인(유)린 파트너 변호사 n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 n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 n 15년차 로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