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기업진단지침(이하 '기업진단지침')은 국토교통부 예규인 건설업관리규정에 별지2로 첨부되어 있는 지침이다.
기업진단지침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른 재무관리상태의 진단을 실시함에 있어 필요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른 건설업 등록기준 중 사업자의 실질자본에 대한 진단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기업진단지침은 실질자본에 대한 진단을 실시함에 있어 기본적으로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되, 기업진단지침에서 특별히 정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업진단지침에 따르도록 한다. 즉, 기업진단지침이 기업회계기준에 우선한다.
기업진단지침은 기업회계기준보다 실질자산을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으므로, 기업회계기준에 의할 경우 건전한 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진단지침에 따를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에 해당하게 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건설업 등록 말소 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통상은 영업정지 처분을 먼저 받게 되며, 영업정지 처분의 종료일까지 등록기준 미달사항을 보완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등록 말소 처분을 받게 된다(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3호, 제3의2호).
행정청은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기업진단지침을 따르고 있으므로, 자본금 기준 미달을 이유로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행정청이 산정한 자본금이 잘못되었다고 다투게 되고, 행정청이 산정한 자본금이 잘못되었다고 다툴 때에는 위 자본금이 기업진단지침에 맞게 산정되었는지 여부 및 위 자본금이 기업진단지침에 맞게 산정되었다면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위 쟁점들 중, '자본금이 기업진단지침에 맞게 산정되었다면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법원은 원칙적으로 기업의 자본금이 기업진단지침에 따라 산정되었다면 이를 적법하다고 보되,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기업진단지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것이 기업진단지침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행정법원 2017. 11. 17. 선고 2017구합73129 판결은 기업진단지침에 따라 자본금을 산정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기업진단지침이 법령의 구체적인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 아닌, 행정청의 내부지침에 불과하여서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어떠한 기업이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요구하는 자본금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건설산업기본법령의 취지에 맞지 않게 산정된 자본금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였다면 그것이 기업진단지침에는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수원지방법원 2017. 1. 25. 선고 2016구단7167 판결은 기업진단지침에 따라 자본금을 산정하기는 하였으나 건설업관리규정 및 기업진단지침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재무관리상태진단보고서 등의 제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영업정지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을 한 행정청에게 실질자본의 산정 및 그 절차에 관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절차적 하자는 실체적 하자와는 별개로 처분의 위법사유를 구성하지만, 이때의 절차적 하자는 행정절차법 등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 기업진단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지침에 불과하므로, 내부지침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해서 행정소송에서 말하는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두8523 판결은, 내부지침인 폐기물처리시설설치업무편람에 따른 절차를 위반하여 이루어진 처분의 위법성이 문제된 사례에서, "폐기물처리시설설치기관이 환경부에서 1998. 4.경 발행한 폐기물처리시설설치업무편람은 업무의 편의를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어떠한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므로, 폐기물처리시설설치기관이 위 편람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여 적법한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위 사건의 법원은, 행정청이 기업진단지침에 따른 절차를 위반한 것에 대하여 절차적 하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대신, 기업진단지침이 비록 내부지침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업의 자본금을 평가하기 위한 통일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청이 기업진단지침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는 것은 자기구속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기업진단지침은 실질자본을 평가하기 위한 통일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기업진단지침을 위반한 처분은 그것이 기업진단지침의 절차적인 부분을 위반한 것이든 실체적인 부분을 위반한 것이든 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으로서 위법하게 될 수 있다.
2) 그러나 기업진단지침은 어디까지나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지침에 불과하므로, 행정청의 자본금 산정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면 그것이 기업진단지침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건설산업기본법령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이 되어 처분사유의 부존재가 인정될 수 있다.